20190331-29살짜리 신생아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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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90331-29살짜리 신생아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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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 요약

1 아로가 전화해서 일어남.(민망쓰)
2 눈썹정리함.(그 와중에)
3 할머니 병원(아푸지마세요
4 형 집알아보기(형 잘될거야 !)
5 성행이 기다리다 파토나서 냉면먹음.(꿀맛,...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음)
6 집에와서 빨래(가위바위보 져서 내가 ..)
7 뒹글거리다 일기(갬성)

오늘은 할머니 병원에 다녀왔다. 많이 안좋아보이셨다. 그래도 살은 많이 안빠져서 그렇저렇 건강해 보였다.

10시에 출발하기로 했었는데 형이랑 나랑 둘다 아침잠이 많아 늦잠잤다. 이상하게 둘다 저녁형 인간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 아로가 전화로 깨워줘서 일어났다. 솔직히 어제 잘때 난 알고 있었다. 내가 안일어날거란걸.

아침에 일어나는게 세상 힘들다.(언젠가 흔들어 깨워주는 무언가를 만들거다)

병원에 가서 오래 있을 생각을 안했지만, 할머니께서 5분도 안됫는데 어서 가보라 하셨다. 속상했다.

또 한번 속상했던건 너무 오랜만에 찾아뵌 손주라서 더 속상했다. 나 살기 바빠서 라는 말이 참 나는 안그럴줄 알았는데 나도 그런다.

그래도 엄마의 엄마니까 라는 심정으로 갔다. 가슴이 아팠다.

할머니께서 대화를 하다 얘기를 먼저 하지도 않았는데 아로 얘기를 했다. 무언가 심장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죄송하고 고마운 느낌이었을 거다. 고마운 느낌이 맞을까 ? 그 소리를 듣고 다음에 찾아뵐때는 아로를 꼭 데려오겠다고 말씀 드렸다.

좋아하셨다. 웃고있는 할머니를 보니 기분도 좋아졌다. 마치 편찮으시지 않던 그 때가 기억난다. 같이 게장도 먹고, 부침개도 만들어 먹고 이것 저것 오면 꺼내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짧은 시간 많은 느낌이 오가고 할머니에 어여가라~~~ 라는 말에 못이겨 나왔다. 3시쯤 됫나.. 

형이랑 같이 형의 집을 보러 갔다. 내가 이제 결혼해서 형과 같이 사는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형과 떨어지는 느낌이 썩 좋지는 않다. 7 8년만에 성인이 되서 같이 살았던 형제인데 이렇게 또 떨어지려니 막상 좋지는 않다. 가끔 설거지 안하거나 빨래 안할때는 싫지만..

그래도 우리 형아니까 떨어지는건 좀 별로인거 같다.

가는 동안 인스타도 보고 친구들에게 연락도 돌리고 하면서 형을 관찰했다.(관찰하는건 내 취미다.)

걱정이 많아 보였다. 이것 저것 대출에 앞으로에~~ 또 이것 저것.. 보는 내가 생각이 많아졌다.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신림역에 도착 하기전 내가 알아본 공인중개사무소에 먼저 전화를 했다.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 받을 건데, 집 있느냐고..

전세로 알아본건 월세로 들어가기에 보증금이 부족해서다. 집에서 지원이 나오지 않는 이상 형이랑 나는 자수성가를 해야한다. 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공인중개사무소에 도착해서 상담 시작한지 5분도 안되서 우리는 멘붕이 왔다. 

"학자금 대출 있으세요 ?"

당연하다 생각했다. 당연히 있는거 아닌가 ? 보통 사람이라면 다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돌아온 답변은

"그러면 대출 안나옵니다. 청년 전세 대출이든, 버팀목 전세 대출이든"

"그리고 보통 학자금 대출은 안받아요."

절망적이었다. 형의 표정을 살펴봤다. 곤란하다 곤란해. 라는 표정이 딱 보였다. 한마디로 x 됐다 라고 생각했다.

이건 또 무슨 얘기인가. 우리가 받으니 남들도 다 받을거라 생각했던 학자금 대출을 "보통" 안받는단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말이돼 ? 잘못알고 있는거 아냐 ? 라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옆에 있던 또래의 여성분이 상담을 하던 과정에서 자기는 학자금 대출을 안받았단다.

쇼킹이다. 쇼킹이야. 집안 형편이 좋지 못했던 형과 나 등록금은 당연히 학자금 대출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라니.... 어쩌면 그 순간 만큼은 우리의 형편을 원망했는지도 모른다. 형은 모르겠지만 난 그렇다.

다시 본론으로 
전세는 대출이 안나온다하니, 월세 집을 알아 봤다. 큰방이 여러개 있었지만 바로 앞에 있는 매물 하나를 보여준다더라.
기대했다. 난 솔직히 누울 수만 있으면 집이라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형은 일반적인 사람의 유형이다. 깔끔해야하고, 냄새나면 안되고, 지금 집보다 좋거나 비슷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매물을 보러 가는길 걸어서 5분도 안걸렸지만, 수많은 생각을 했다. 
전세가 안된다고 ? 그럼 월세.. 보증금은 해결할 수 있을까 ? 저것도 안되면 지금 집에서 계속 살아야하는건가 ?
내 일이다. 나의 일이라고 느껴졌다. 형제라고 감정을 공유하는 걸까 ?

집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을 때 형은 아.. 라는 표정을 지었다. 딱봐도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집은 넓었지만 냄새도 나고 오래된 집이었다.(난 마음에 들었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다음에 오겠다며 나오고 나는 형을 응원하지 않았다. 그저 현실의 벽이 이렇다 라는 차가운 말을 해줬다. 언젠가 부터 희망고문이라는 단어를 알게되었고, 그 단어를 알게된 이후 다시는 희망고문 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응원하지 않았던 거다. (물론 초 긍정적인 내가 희망을 주지 못한거에 대해서 지금도 미안해하고있다.)

대출도 안되고, 돈도 없으니 이사 계획은 모두 깨졌다. 라고 생각했다. x같다 x같다 계속 형은 현실을 부정했다. 그걸 보는 나는 너무 힘들었다. 아냐 형 ! 대출 될거야 걔들 잘 몰라 은행가면 다해줘 ! 라고 거짓말을 해줘야하나? 됫어 형 이사가 무슨 소용이야 그냥 지금 있는 집이 최고야 ! 라고 해줘야 할까 ?

그런 고민 중 난 결국 "형 이게 진짜 현실이야. 대출 못받으면 뭐 지금 집에 있어야지. 지금 집도 싸잖아"라고 했다. 참 동생으로 적절한 답변이지 않나 줘터져도 싸다.(다행히 맞지는 않았다....물론 눈빛으로 맞았다.)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것도 형한테 미안해서 그러는거 같다. 난 진심 만퍼센트 형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응원해주고 싶고. 금전적으로 내가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다음엔 조금 더 따뜻하게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힘이 나니까 !

그리고 형은 집에 가고 나는 친구를 기다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수 준비하는 친구다. 이 글을 누가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읽는다면 유튜브에 "이찬성" 트로트 가수라고 검색해주길 바란다. 내친구다 !

아무튼 8시까지 만나기로했는데 전화도 안받고 연락도 없어서 .,......
좋다 ! 아주 좋았다. 책도 읽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8시가 조금 넘어서 이상하네 하고 전화해봤다. 
행사 끝나고 행사 관련된 사람들과 회식을 하고 있단다. 미안해 할까 하고 "얌마 ! 피곤하겠다. 오늘 고생많았고 다음에 보자 ! 조금만 더 고생해 ! 파이팅! " 하고 끊었다.

생각해보니 더 가까운 형한테나 잘할껄 그랬다.. 엉엉

그리고 아싸 ! 하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냉면을 먹으러 갔다. 일주일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을거다. 꿀꺽 글을 쓰면서도 생각난다. 

냉면 먹고 있는데 아로한테 연락왔다. 보고 싶다고 ㅎㅎ 그래서 사진을 보내줬다. 오늘따라 회색 후드가 잘 어울리는 나였다. 

아로는 오늘 행복주택 사전점검에 갔다. 어머니와 함께 말이다 ! 나도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어제는 둘이 방문했다. 이거까지 적으려면 아주 하루종일 써야할 것같다. 

요약하면 다툼 -> 늦잠 -> 혼남 -> 화해 -> 해결 -> 행복 + 피곤

그리고 집에와서 뒹글거리고 있는데 어머니께 연락이왔다. 영구 ! 나야 아로 나 폰 택시에 두고 내려서 내핸드폰으로 절대 전화하지마 배터리 없어 !!! 라고 정신없이 말했다.

사실 여기서 빼먹은건 나의 행동이다 ㅎㅎ 이런 상황인지도 모르고 "네 어머니 ~ 네네 ~ 네어머니" 무한 반복했다가 또 아로한테 혼났다. 분위기 파악 못한 것 같았다.... 흙...

아무튼 택시 기사님께서 무사히 핸드폰을 돌려주셔서(2만원 드리긴 했음.) 돌아왔다. 절대 뭐 안잃어버리는 성격인데 오늘 회먹고 기분이 너무 좋았는지 두고 내린것 같다. ㅋㅋㅋㅋㅋ 결국 아로도 인간이었다. 난 로봇인줄..

아무튼 기도나 생각정리는 그만하고 이제 자야겠다. 내일 또 출근하려면 !

오늘도 생각해보면 행복함이 가득했고, 고민이 참 많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내모습이 대견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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